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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위안화 '출렁' 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환율전쟁 공포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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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사실 지구촌의 환율전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무역전쟁과 함께 경험했던 것이 환율전쟁이었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발행했다.

그 중에서도 지구촌 경제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던 사례는 1930년대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들의 관세 인상에서 비롯된 연쇄적인 통화 평가 절하였다.

이른바 이웃 궁핍화(beggar-thy-neighbor) 정책으로 불렸던 관세 인상과 통화 절하 악순환이 전세계 무역에 커다란 타격을 가한 것으로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데이터를 통해 입증됐다.

산타클라라 대학의 리비 경영대학의 크리스 미치너 교수와 비엔나 대학의 키르스텐 반슈나이더 교수 팀은 당시 분기별 무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율전쟁으로 인해 전세계 무역량이 최소 1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1930년대 초 통화 평가 절하가 새로운 정책 기조를 드러내는 단면이었다"며 "각국이 국제 질서보다 자국의 경제 상황을 우선시했고, 기존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밑그림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1933년 런던 세계경제회의에 불참하고 요트 여행을 강행, 소위 '미국 우선주의' 접근법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를 계기로 70여개 국가가 자국 통화를 경쟁적으로 평가 절하하는 상황이 초래됐고, 이는 비용 상승과 무역 긴장의 악순환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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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시선이 집중된 중국 인민은행(PBOC) [사진=블룸버그]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전혀 다른 행보를 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한 상설 기구를 통한 글로벌 경제 및 금융 공조에 적극 나섰고, 시장 개방을 추진했다.

이 같은 국제 협력 기조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어졌고, 미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국가가 통화 평가 절하에 나서지 않기도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목전에 둔 지구촌 상황은 이보다 1930년대와 흡사하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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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사진=골드만 삭스]

전세계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 관세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를 강행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엄포가 국제 사회의 질서를 무시했던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모습과 닮았다는 얘기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의 대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된 뒤 1930년 스무트 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 제정됐는데, 미국으로 유입되는 수입품에 평균 40%를 웃도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교역 상대국들은 일제히 보복 관세를 시행하고 나섰고, 1931~1936년 사이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 평가 절하에 뛰어들었다.

1931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파운드화 가치를 대폭 떨어뜨렸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이는 70여개 국가의 통화 절하로 이어졌다.

결과는 참혹했다. NBER에 따르면 전세계 무역량이 1929~1934년 사이 66% 급감했고, 경기 침체가 심화됐다. 보호 무역주의가 날로 확산되면서 국가간 경제적 갈등도 고조됐다.

1930년대 상황은 보호 무역주의와 경쟁적인 통화 평가 절하가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연초 위안화 급락에 월가가 바짝 긴장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24년 12월 공개한 세계 전망 특별 보고서에서 미국 차기 대통령이 기존의 통념을 무너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블룸버그가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기존 통념의 붕괴(bonfire of the verities)라고 표현한 것은 1930년대와 유사하게 국제 경제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 무역 체제가 후퇴하는 한편 보호 무역주의가 뿌리 내리고, 부채에 대한 통제 대신 감세가 우선시되는 상황은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아울러 미국을 거대한 우산으로 하는 방위 체제가 흔들리고 각국이 스스로 국방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도 큰 그림에서 보면 미국 우선주의의 일환이라고 주요 외신은 판단한다.

상당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관세가 액면 그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관세 폭탄 경고가 경제 뿐 아니라 이민 정책과 방위비 문제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한 협상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리서치 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중국 전문가 아서 크로에버와 토마스 개틀리는 보고서에서 1월20일(현지시각)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취임 전 중미 양국 간에 관세 수위와 무역 관련 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데 월가는 한 목소리를 낸다. 워싱턴이나 베이징이 상대방의 대응을 잘못 예측하거나 셈법이 틀릴 경우 1930년대와 흡사한 무질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하더라도 자유 무역에서 보호 무역주의로의 전환 자체가 글로벌 경제에 작지 않은 악재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애플(AAPPL)의 아시아 공급망부터 제너럴 모터스(GM)의 멕시코 생산라인까지 기존의 생태계가 뿌리부터 흔들릴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4년 말 보고서를 내고 2025년 상반기에만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5%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외환시장이 '트럼프 관세'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실정이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위안화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트럼프 행정부 2기가 60%의 관세를 강행한다는 전제 하에 달러 당 8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통화 가치 하락이 해외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한 바 있다.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달러화 강세에 무게를 실었다. 관세 충격과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호조가 맞물려 달러화 무역가중 지수가 2025년 3% 뛸 것이라는 관측이다.

달러화가 '더 오래 더 강한(stronger for longer)' 흐름을 연출할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내다봤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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