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ECB 총재 "트럼프와 정면 대결 피하고, 미국産 제품 많이 구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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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이 주도할 관세·무역 전쟁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말고 미국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 협상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승리한 후 처음으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혹독한 무역 전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면서 "보복이 아니라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공언에 대해서는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는데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느냐"며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6.07 mj72284@newspim.com |
유럽이 주목해야 할 미국산 제품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와 무기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에서 특정 품목을 구매하는 수표책 전략(cheque-book strategy)으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아무도 승자가 없는 대응으로 이어지는 단순 보복 전략보다 더 나은 시나리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수표책 전략은 에너지 부족과 인플레이션, 군사적 위협 등 당면한 위기와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또는 국제기구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는 정책 접근법을 뜻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런 위협 태도를 우리의 도전으로 전환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 유럽인에게 달렸다"고도 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의 행정부에 해당하는 EU 집행위원회는 트럼프 시대에 대비해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수출품과 LNG, 무기 등에 대한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또 미국의 기업들이 EU 자금으로 진행하는 무기 생산·구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중국과 관련된 무역·지정학적 정책을 미국과 더 긴밀히 협력해 추진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이 실존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의 진단에 동의한다면서 "유럽은 분명히 (미국 등에) 뒤처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유럽이 따라잡을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유럽 경제가 너무 낡고 형해화돼 유럽 대륙이 박물관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제게 묻는다면 꽤 매력적인 박물관(attractive museum)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이 유럽에 자본을 위한 단일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본시장연합' 아이디어에 대해 "EU가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합은 지난 2014년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제안했지만 그 동안 EU 회원국들이 국내 반대에 부딪쳐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EU 각 나라에서 자본시장연합에 대한 지금과 같은 수준의 이해와 흥분을 본 적이 없다"면서 "유럽 자본 시장의 감독을 EU 27개 회원국 당국에서 유럽증권시장감독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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